나토군 또 오인사격… 아프간 민간인 4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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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12일 칸다하르 주에서 버스에 총격을 가해 민간인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아프간 정부가 밝혔다.

이날 사건은 칸다하르 시를 출발한 버스가 서부 헤라트 주를 잇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발생했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한 부상자는 AP통신에 “미군 차량 4대가 지나가서 버스가 길을 양보했는데 갑자기 차량에서 총탄이 날아왔다”고 주장했다. 나토와 아프간 정부는 발포한 군대가 어느 국가 소속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버스에 총격을 가한 것은 나토가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깬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나토도 성명을 통해 “비극적인 인명 손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와 나토는 합동으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최근 잇단 오폭과 오인 사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아프간 민심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칸다하르는 탈레반의 세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연합군이 탈레반을 축출하려면 주민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데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칸다하르 시의 아프간 정보부 건물에서는 폭탄테러를 저지르려던 3명이 경비병에게 모두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테러범이 차고 있던 폭탄벨트가 터져 정보부 요원 4명과 민간인 6명이 다쳤다. 또 이날 칸다하르에서는 주민 2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타이어를 불태우고 “미국에 죽음을” “카르자이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미·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오폭·오인 사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아프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나토 측도 여러 차례 민간인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월 21일에는 연합군이 차량 3대를 폭격해 민간인 27명이 숨졌고, 같은 달 14일에도 미군의 오폭으로 아프간 민간인 12명이 숨지는 등 민간인 희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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