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7년내 핵무기 감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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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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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보유한도 ‘2200 → 1550’기로 낮춰
약속 이행 서로 검증… 美공화 입장 주목

미국과 러시아가 1년여 진통 끝에 핵무기 감축을 위한 새로운 협정에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24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 전화로 최종 의견조율을 한 뒤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기존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역사적인 새 협정에 서명하는 조인식을 가질 계획이다. 나흘 뒤인 12일부터는 미국 워싱턴에서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려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 방안 및 핵탄두 감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도 이날 프라하에서 조인식을 여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프라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세계를 핵전쟁의 위협에서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한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과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공화당)에게 새 협정에 관해 직접 브리핑한 뒤 협조를 구했다. 새 협정은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공식 발효된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운 협정에 대한 합의는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도 “두 정상의 대화가 끝나기 전에는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파블로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새 협정과 관련한 모든 문서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부속문서에 들어가는 세부적인 기술적 쟁점을 놓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26일쯤 공식 발표가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년 만에 대체된 핵무기감축 협정


지난해 12월로 만료된 START-1을 19년 만에 대체하는 새 협정에 따라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는 배치된 전략 핵탄두 수를 4분의 1 이상 감축하게 된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검증체제도 도입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2200기와 2500기의 전략 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YT에 따르면 양국은 새 협정이 허용하는 전략 핵탄두 한도가 현행 2200기에서 1550기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7년 안에 한도 이내로 감축해야 한다. 또 현재 1600개까지 보유 가능한 발사대가 800개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과 전략 폭격기도 각각 700개로 제한된다. CNN은 전략 핵탄두 보유 한도가 현행 2200기에서 1500∼1675기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반대해온 유럽 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는 이번 협정으로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양국은 미국의 MD 체제를 제한하는 문제를 비롯해 약속 이행 검증, 원격측정 정보 공유 등 여러 쟁점을 놓고 대립해왔다. 러시아가 미국의 MD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유럽 MD 계획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으나 러시아는 미국의 새로운 MD 구상에도 불만을 품어왔다. 특히 러시아 군부는 미국의 MD를 제한하지 않고는 핵군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통과 난제

진통 끝에 합의에 도달한 이번 새 협정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가장 확실한 외교안보 성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무기통제협회(ACA)’의 대릴 킴볼 대표는 “이번이야말로 냉전 이후 첫 번째로 진정한 핵감축을 가져온 협정”이라고 극찬했고, 핵군축 협상가로 활동했던 리처드 버트 전 미 국무부 차관보도 “양국 정상이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미국 의회의 비준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새 협정이 상원 비준을 받으려면 67표의 찬성이 필요하나 공화당이 벌써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친 양보를 했을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한편 1991년에 체결된 START-1도 상원 비준에 430일이 걸렸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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