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장기화 조짐… 한인업소에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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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점거 사태로 번질라”
관광객 잇따라 예약취소

태국 시위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방콕 현지의 한인업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및 숙박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방콕이 위험지역으로 보도되면서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한인들은 현재 예약 취소율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수치를 밝히면 계약 취소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서다. 방콕 아속 지역에 위치한 호도리여행사의 정정아 차장은 “시위가 정해진 일부 구역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관광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많은 사람이 재작년 공항 점거시위사태를 떠올리며 오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천막이 늘어선 랏차담넌 거리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인 카오산로드의 한인들은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이곳에서 9년째 ‘동대문’이라는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한상묵 사장은 “관광객들이 다 빠져나가고 오려는 사람도 없어 2층 방이 텅 비었다”며 “시위가 장기화될 것 같아 그동안 휴가나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카오산로드에는 9개의 한인업소가 자리 잡고 있는데 모두 이번 시위의 직간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시위대가 평화시위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 하는 데다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 장소의 중심인 사남루엉 광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로열호텔의 경우 건물 앞쪽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로비에서 문 하나를 열고 나간 호텔 뒤편에서는 십여 명의 외국인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헤엄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카오산로드도 밤이면 여전히 수많은 외국인으로 붐비고 있다. 기타 방콕 시내의 대다수 지역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방콕=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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