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前美국무장관 별세… 6·25 참전 ‘4성장군’ 출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알렉산더 헤이그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0일 새벽(현지 시간) 숨졌다. 향년 85세. 고인은 지난달 말부터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소재 존스홉킨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들은 구체적인 사인은 밝히지 않은 채 “고인이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고인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사태 수습을 주도하는 등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정부 등 미국의 3개 행정부에 걸쳐 고위직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최고의 군인이자 외교관으로서 평생을 바친 위대한 미국인”이라고 애도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헤이그 전 장관은 1949년 일본 점령군이었던 미 8군에 배치돼 군 생활을 시작했다. 6·25전쟁 중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수행장교로 발탁돼 인천상륙작전과 중공군과의 전투에도 참전했다. 또 레이건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국무장관으로 1980년대 초반 역동의 한미관계를 조율해 왔다.

최근 공개된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외국 정상으로 미국으로 초청했을 때 미국이 한국 정부를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는 문안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하려 했으나 고인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1981년 3월 31일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 직후 백악관 기자들 앞에 나와 “부통령의 귀환을 기다리면서, 지금으로서는 (국무장관인) 내가 백악관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 언급으로 회자됐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 시 권력승계 서열 4위였던 당시 그의 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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