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37년 내전종식 후 내일 첫 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5일 03시 00분


現대통령 vs 전쟁영웅 박빙

스리랑카 대통령선거가 26일 전국 1만1000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정부군이 37년간 계속된 타밀반군(LTTE)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내전 종식’이라는 최대 치적을 내세워 재선에 도전하는 마힌다 라자팍세 현 대통령(65)과 ‘전쟁영웅’ 사라트 폰세카 전 합참의장(59) 사이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정치분석가 빅터 이반 씨는 “두 후보 모두 스리랑카 최대 민족인 싱할리족 출신(전체의 74%)으로 싱할리족 표를 양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는 타밀족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밀족 분리 독립’을 추구했던 타밀반군이 정부군에 의해 궤멸된 이후 탄생하는 첫 스리랑카 대통령이 타밀족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AFP통신은 “선거 전문가들이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서로 자신이 상대보다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두 후보는 타밀반군과의 내전에서 끈끈한 동지였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2005년 취임 직후 폰세카 후보를 육군참모총장(2005∼2009년)으로 발탁했고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의 육군사령관’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영웅으로 부상한 폰세카 후보의 영향력이 커진 데다 쿠데타를 감행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되면서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현지 언론이 점성술을 인용해 폰세카 장군의 힘이 강력해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운세가 나왔다고 보도한 뒤 민심이 술렁이면서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AFP는 전했다. 폰세카 후보는 이후 실권이 없는 합참의장으로 영전됐다가 군복을 벗었다.

양 후보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선거폭력도 잇따르고 있다. 현 대통령이 패배하면 군부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23일에는 폰세카 후보가 집권여당이 투표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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