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어긋나는 기상청의 날씨 예보에 분통터지는 사람은 한국인만이 아니다. 지난주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에 시달린 영국에서도 수많은 시민이 이를 제대로 전망하지 못한 영국기상청(Met Office)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때맞춰 영국 공영방송 BBC는 날씨 예보를 맡아온 영국기상청을 교체할 다른 기상예보회사를 물색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일 보도했다.
영국기상청은 1922년부터 BBC에 날씨정보를 공급했다.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BBC는 거의 자동적으로 영국기상청과의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영국기상청과의 계약이 끝나는 BBC는 '자동 갱신'이 아니라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인디펜던트는 "BBC는 입찰에 붙이는 이유로 비용 절감 문제를 들었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영국기상청의 오보와도 관련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2일 새벽 런던과 영국 남동부를 강타한 폭설은 영국기상청의 그 전날 예측을 훨씬 뛰어넘었다. 일터에 지각하거나 출근을 포기하는 시민이 속출했고, 교통은 마비돼 영국기상청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다. 영국기상청의 전반적인 2009년~2010년 겨울 예보도 부정확했다. 지난해 9월 영국기상청은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따뜻할 전망"이라고 했지만 영국은 3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기상청은 지난해 4월 2009년 여름 날씨전망을 발표하면서 "아주 뜨거운 여름(a barbecue summer)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영국 신문은 '바비큐 서머'라는 표현을 헤드라인으로 택했고, 이전 두 해에 걸쳐 지독히 축축한 여름을 겪었던 영국인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은 영국 역사상 가장 비가 많이 온 달의 하나로 기록됐다.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영국기상청은 공식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기상청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의 날씨 예보는 거의 대부분 정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날씨전망을 낼 때도 비가 많이 올 확률이 35%는 된다고 했지만 언론이나 대중은 '바비큐 서머'라는 말에 온 신경을 집중했을 따름이며, 올해 1월이 매우 추울 것이라는 예보도 했다고 주장한다.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기상청을 대신할 업체로 뉴질랜드 기상청이 운영하는 민간 날씨정보 업체 메트라(Metra)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18일 전했다. 메트라는 현재 테스코, 마크 앤드 스펜서 같은 영국 기업에 개별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BBC가 결국은 영국기상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언론은 점치고 있다. 날씨예보 업체가 BBC에 날씨정보뿐만 아니라 기상캐스터 20명도 제공해야 한다는 입찰 조건 때문이다. 1854년 설립된 영국기상청은 그동안 '스타' 기상캐스터들을 잇따라 배출하는 등 탄탄한 인력 구조를 자랑한다. 반면 메트라 같은 민간업체에서 이들 기상캐스터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디펜던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날씨 예보 적중률이 90%에 이르는 영국기상청의 경험과 능력을 민간 업체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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