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블랙워터’에 면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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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이라크 민간인 학살’ 사건 공소기각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 17명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사설경호업체 블랙워터 직원 5명에게 미국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법원 워싱턴지법은 지난해 12월 31일 “피고인들이 면책을 전제로 국무부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기소했다”며 “이들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죄가 없다기보다는 검찰의 기소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이라크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악명을 떨친 블랙워터로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알리 알 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1일 “이라크 정부는 미 법원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피고인들은 2007년 9월 16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 대사관 직원이 탄 차량이 공격받자 근처의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격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에서 반미 감정이 들끓었고 미국에서도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블랙워터는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지난해 2월 회사 이름을 ‘지(Xe)서비스’로 바꿨다.

그러나 이후에도 블랙워터 직원들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군사작전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민간 정보기관인 CIA는 최근 준군사조직으로 역할이 강화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서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미사일 공격과 알카에다 지도자 암살 등을 수행하면서 블랙워터 등 사설경호업체에 용역을 주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CIA는 지난해 12월 12일 “군사작전 분야에 대한 블랙워터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블랙워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CNN은 지난해 12월 30일 아프간 채프먼 기지에서 자살폭탄테러로 모두 7명의 CIA 직원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2명은 블랙워터의 용역직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탈레반 및 알카에다를 지원하면서 수십 명의 미군을 살해한 이슬람 과격단체 ‘하카니 그룹’을 대상으로 작전을 진행하는 CIA 요원을 도왔을 개연성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변호사 수백 명이 “블랙워터는 파키스탄에서 떠나라”며 시위를 벌였다. 파키스탄인들은 블랙워터가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는 “적극적이고 성공적인 대테러작전으로 이번 테러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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