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日王 예정대로 만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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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10분 빨리 도착한 시 부주석 현관 마중 ‘외국원수급 예우’

‘1개월 룰 파기’ 비판여론에 오자와 이어 하토야마도 “외교가 구청업무와 같냐”

일본 내각의 ‘1개월 전 일왕 회견 요청’이라는 관례 파기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일왕의 만남이 15일 성사됐다. 일왕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이날 회견은 오전 11시부터 24분간 진행됐으며 양국 간 우호 증진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오갔다.

이날 회견은 예정시간 10분 전에 일왕 궁에 도착한 시 부주석을 일왕이 직접 현관까지 마중 나오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왕이 현관까지 마중 나오는 것은 외국 원수급에 해당하는 외교적 예우다. 차기 중국 권력 승계자로 유력시되는 시 부주석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일왕이 중국의 수뇌급 인사와 회견을 한 것은 지난해 5월 방일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이후 처음이다.

시 부주석은 현재 일본 내의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일왕에게 “면담 시간을 내줘 깊이 감사드린다”며 두 번에 걸쳐 사의를 표했다. 이에 대해 일왕은 “이번 방문으로 양국 간 이해와 우호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궁내청에 따르면 이날 회견에서는 무분별한 삼림벌채로 중국 황허(黃河) 강의 수량 감소문제와 저탄소사회 실현 등 환경문제가 주요 화제가 됐다. 또 일왕은 “지난해 5월 후 주석이 일본을 방문한 직후 쓰촨(四川) 대지진이 발생해 매우 힘드셨을 것”이라며 피해 복구상황 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시 부주석은 “지진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돼 당초 3년을 예상했던 작업이 2년으로 단축될 것 같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왕을 만나려면 1개월 전에 접견 신청을 해야 하는 이른바 ‘1개월 룰’을 놓고 비판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접견 신청이) 며칠 늦었다고 해서 구청 민원업무처럼 칼같이 자르는 것이 외교적으로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그는 일본 정부가 시 부주석을 특별 대우했다는 비판에 대해 “시 부주석이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논의가 벌어지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차기 중국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도 앞서 14일 기자회견에서 “일왕은 헌법상 국가의 상징적 인물로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낸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궁내청 장관을 향해 “내각 방침에 반대가 있으면 사표를 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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