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고양이’ 만난 오바마 “中企 대출 늘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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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개혁에 반발해서야” 쓴소리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자신이 ‘살찐 고양이’라고 부른 월가의 은행장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했다. 국민세금인 구제금융을 받고 살아났으니 이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에 결초보은하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P모간, 캐피털원, 골드만삭스 등 월가 경영인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은행들이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으로 돌아가서 중소기업 대출운영 상황을 서너 차례 더 점검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월가 경영진을 불러 대출 확대를 독려한 것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문을 더욱 좁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면서 한계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일자리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10월 1조6500억 달러에서 이달 초에는 1조3500억 달러로 3000억 달러 줄어들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장들에게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금융개혁 작업에 로비스트를 고용하면서까지 반기를 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금융위기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은행들이 자초한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개혁 작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백악관 은행장 회의 직후 잇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예금은행 샬럿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당초 예상치보다 50억 달러 더 늘리겠다고 했고, 웰스파고는 내년에 중소기업 대출을 160억 달러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장의 팔을 비틀면서 대출을 압박한 것은 지나친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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