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은 즉위 20주년을 하루 앞둔 1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점점 과거 역사를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며 일본인들 사이에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기억이 약해지는 데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쇼와(昭和·1926∼1989) 60여 년은 우리에게 여러 교훈을 준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알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부친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에 대해서는 “(전쟁이) 쇼와 일왕(히로히토 일왕)에 있어서 정말로 본의가 아닌 역사였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해 부친이 전쟁을 바라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장쭤린(張作霖) 사건과 만주사변 등을 거론하면서 “쇼와 시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됐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침략전쟁을 일으킬 당시 일왕이던 부친을 옹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은 20년 재위기간에 가장 기억나는 일본 국내 사건으로 6400명 이상이 사망한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꼽았다. 기자회견은 76세의 노령인 일왕이 즉위 2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생략하는 대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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