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1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논의를 집중할 것이라고 9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다짐을 받아놓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11월 이전에 한미 FTA가 타결되지 못하면 미 의회에서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백악관 “정상회담 초점은 북한문제”
제프리 베이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콘퍼런스콜(전화 회견)을 갖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북한과 어떻게 대화할지가 양국 간에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지방재건팀을 파견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감사의 뜻을 표시할 계획이다.
벤 로즈 NSC 공보담당 부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회복 문제와 북한 핵무기 비확산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은 주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백악관 측의 설명이다.
○ 한국 “한미 FTA를 핵심 의제로”
북핵 등 안보에서는 두 정상이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FTA 비준 문제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 FTA가 미 의회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문제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 자동차시장의 추가 개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해둔 상황이다. 미 노동계의 압박도 부담스럽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의 마이클 프로먼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측 인사들과 FTA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진전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미인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후 FTA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돼야 한미 FTA도 ‘동면(冬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한미 정상회담 예상 의제 ○ 북-미 대화 설명 및 협력 요청 ○ 북한 핵무기 비확산 문제 논의 ○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바겐 (일괄타결)’ 제안 지지 ○ 한국의 아프간 지방재건팀 파견 결정 환영 ○ 기후변화 문제 논의 ○ 경제회복 방안 협의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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