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한걸음 한걸음이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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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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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中-印접경분쟁지 타왕 방문
중국 “외교관계 해치지 말라” 발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4)가 8일 중국과 인도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의 타왕을 방문했다. 양국은 최근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국경선 부근에 무장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국경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때여서 달라이 라마의 방문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타왕 방문 직전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왕은 인도 영토의 일부”라고 말해 중국을 자극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타왕에 도착해 강연 법회 등 일주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타왕은 인도가 통제하고 있으나 1962년 이후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마차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달라이 라마는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중국의 외교관계를 해치려는 그의 시도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달라이 라마와 인도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8일 “나의 타왕 방문이 반(反)중국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나는 종교적 가치와 평화, 조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온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타왕에는 달라이 라마를 보기 위해 3만여 명의 불교 신도가 몰려들었으며 현지 주 정부도 국빈급 경호를 제공하고 있다. 타왕 거리에는 그를 환영하는 포스터가 가득하고 벽과 지붕을 새로 단장하기까지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 젊은 승려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달라이 라마를 보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달라이 라마가 타왕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로, 2003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의 타왕 방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티베트와 인접한 곳인 데다 이 지역 거주 소수민족인 몽파족도 티베트족과 가깝기 때문이다. 6대 달라이 라마(현재 달라이 라마는 14대)도 17세기 이 지역에서 태어나 티베트로 왔다. 티베트불교 성지인 이곳은 400년 역사를 가진,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티베트 사원이 있다. 달라이 라마가 1959년 티베트에서 봉기에 실패한 후 인도로 망명할 때도 이곳에서 상당 기간 도피생활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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