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스키 성폭행’ 32년간의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당시 13세 피해자 “이젠 잊고싶다” 기소 철회 요청
“이제 악몽은 잊고 싶습니다.”
26일 스위스에서 체포된 미국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씨(76·왼쪽)에게 1977년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13세 소녀 모델의 일성이다. 피해자 사만다 가이머 씨(45·오른쪽)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지만 32년간 이어져 온 이 사건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사라져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가이머 씨가 미 사법당국에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기소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28일 보도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당시 영화배우 잭 니컬슨 집 욕실에서 가이머 씨에게 억지로 샴페인과 수면제를 먹이고 알몸사진을 찍은 뒤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사법절차가 계속되면서 가이머 씨도 어쩔 수 없이 언론의 관심을 받아 왔다. 가이머 씨는 198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하와이로 이주해 남편 및 세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가이머 씨는 경찰과 법원에서 “떠올리기 싫은 사건을 되풀이해 설명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결국 “계속해서 삶에 상처를 받고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며 올해 1월 로스앤젤레스 검찰청에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기소 철회를 공식 요청하기에 이른 것. 그는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남편과 세 아이도 고통을 받았다”며 “이제는 정말 사건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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