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中알리바바의 ‘이유 있는 자신감’

  • 입력 2009년 9월 14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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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기업 간(BTB) 및 소비자 간(CTC)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45) 회장은 평소 “망원경을 들고 아무리 둘러봐도 아직은 알리바바의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즐겨 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정글시장’이라는 중국에서 마 회장의 자신감은 넘치다 못해 오만까지 느껴진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중국 토종업체에 패하는 원인은 4단계가 있는데 우선 ‘못 보는 것’과 ‘얼핏 보고 나서 무시하는 것’ ‘보려고 하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깨닫고 뒤늦게 경쟁에 나섰지만 상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알리바바는 4단계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알리바바는 10∼12일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3000여 명의 고객업체 관계자와 전 세계 120명의 외신기자를 초청해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행사장에서 키가 160cm가 채 안 되는 마 회장은 “인터넷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출발선에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며 “그런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 알리바바가 있다”고 외쳤다. 아서 장 해외사업총괄부사장은 ‘알리바바를 위협할 경쟁사가 누구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알리바바만큼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알리바바를 직접 접해 보니 왜 그렇게 자신감이 높은지 수긍이 갔다. ‘우리는 인터넷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의 성공을 돕는 서비스업체’라는 슬로건에서 강한 호소력이 느껴졌다. 창업 이래 뎬샤오얼(店小二·과거 중국의 찻집이나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먼 데서부터 종종걸음으로 와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뒤에는 직원들의 보너스를 올려주며 직원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이 회사 상황실에는 240개 국가와 지역, 3300만 회원이 전 세계에서 벌이는 거래현황이 30초 단위로 업데이트돼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한때 남송(南宋)의 수도로 중화문명의 중심이었던 항저우가 앞으로 ‘알리바바 스탠더드’와 ‘마윈 웨이’를 통해 인터넷 상거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알리바바와 한국무역협회는 15일부터 알리바바닷컴의 중국판에 한국 중소기업 전용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거인의 등을 타고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 항저우에서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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