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스타’ 힐 이라크 대사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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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하원서 ‘더블헤더 청문회’
“재능있고 노련한 외교관” 찬사

미국 의회에는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는 두 개의 상임위원회가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와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다. 10일 이 두 개 위원회는 같은 사람을 등장시킨 청문회를 열었다. 크리스토퍼 힐 주이라크 미국대사(57·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오전에는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그리고 오후에는 상원 외교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힐 대사는 하루 종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을 주제로 상하양원 합동연설을 가졌다면 이날 힐 대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더블헤더’를 치른 셈이다. 미 의회 관계자는 “하루에 상하양원에서 차례로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지 사정을 고려한 것이고 스타급 외교관인 힐 대사를 개인적으로 예우한 것”이라고 말했다.

힐 대사는 4월 대사로 부임한 뒤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워싱턴을 다시 찾았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시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가는 곳마다 많은 기자를 몰고 다녔던 힐 대사는 이날 청문회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친밀감을 보였다. 상원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존 케리 상원의원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인 하워드 버먼 하원의원은 “가장 재능 있고 노련한 외교관이자 위원회의 오랜 친구인 크리스(힐 대사의 애칭)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의 워싱턴 복귀를 환영했다.

이날 힐 대사는 미군의 이라크 철군 계획 발표 이후 알카에다를 중심으로 한 무장저항 세력의 저항이 거세지는데도 “내년 8월로 예정된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 병력 철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 대사는 또 이라크에서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미군의 완전 철군 이후에도 미국이 영향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이라크의 지정학적인 의미와 함께 향후 대(對)중동정책 교두보로서의 중요성을 그는 환기시켰다. 힐 대사는 자칫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밀려 잊힌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라크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라크 대사는 전후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이라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일부에서는 ‘총독’으로 불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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