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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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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직후인 2002∼200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해외 감옥에서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한 가혹한 신문 기법이 추가로 폭로됐다. 미 법무부는 CIA 요원들을 처벌할지를 결정할 주무 검사를 임명했다.
CIA는 내부 감찰관실이 2004년에 작성한 109쪽의 보고서를 24일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9·11 주모자인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한 신문요원이 “미국 본토에 대한 또 다른 테러 공격이 발생할 경우 네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모하메드의 어린 아들은 당시 파키스탄 당국이 데리고 있었다.
또 한 신문요원은 2000년 미군 함정 폭파사건 용의자인 아브드 알 라힘에게 “네 엄마와 가족을 여기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감찰관실은 해당 요원이 라힘에게 ‘가족 가운데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길 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요원은 이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CIA 요원들은 또 문밖에서 총성과 비명소리가 들리게 한 뒤 용의자가 문을 열고 나설 때 머리에 두건이 씌워진 남자(실제론 감옥 경비원)가 쓰러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진술을 거부한 동료가 살해됐다는 공포심을 주기 위한 것.
한편 CIA는 이 보고서와 별개로 가혹 신문 기법을 통해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베테랑 검사인 존 더럼 씨를 이 사건 주무 검사로 임명했다. 홀더 장관은 법무부의 수사 착수가 CIA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런 상황을)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CIA와 별도로 연방수사국(FBI) 내에 테러용의자 신문 전담 특별팀을 설치해 국가안보회의(NSC)의 감독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