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4년 더…” 오바마, FRB의장 교체설 일축 연임 발표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금융위기 극복에 뛰어난 리더십”
부시임명 불구 ‘안전카드’로 낙점
‘출구전략’ 시기결정이 향후 과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업무수행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금융시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버냉키 의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버냉키 의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미국경제의 확실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는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버냉키 의장을 대동한 채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버냉키 의장의 4년 임기 연장 방침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의 연임 결정 배경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침착함과 지혜, 단호한 행동과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를 바탕으로 붕괴 직전에 처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급격한 추락 양상을 저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가 내린 결정 가운데 쉬운 것은 거의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히는 한편 FRB의 독립성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또 자신이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될 경우 경제성장과 안정을 위한 탄탄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동안 버냉키 의장의 연임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버냉키 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와 앨런 블라인더 전 FRB 부의장,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고 과감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마땅한 대안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버냉키 의장의 연임은 시장에 좋은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의회 내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 초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위험을 간과해 위기의 불씨를 당겼으며 수조 달러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아 인준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버냉키 의장은 상원 인준을 받아 내년 2월부터 4년간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경우 풀기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등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취했던 극약 처방을 언제 거둬들여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금리인상을 서두를 경우 경기회복 불씨를 꺼뜨릴 수 있고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치면 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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