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와 티베트’ 세계 관심 극과 극 왜?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키워드 4가지가 다르다
①서방 망명정부의 존재
②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③ 지도자 영어실력 필수
④ 세계적 명사들의 관심

중국 신장위구르 사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지난해 티베트 사태와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낮다.

중국 정부의 서부개발에 따른 한족의 대량 유입과 차별정책 도입, 이에 따른 종족 간 마찰이 빚은 참사라는 양태는 두 지역이 흡사하다. 하지만 미국은 티베트 사태에는 특별조정관까지 뒀지만, 신장위구르 사태에는 원칙론적인 우려를 표시하는 데 그쳤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 인터넷판은 19일 분쟁지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양극화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티베트와 위구르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는 군부독재 국가인 미얀마에는 관심이 크지만, 옆 나라 라오스의 철권통치에는 무관심이다. 수단의 다르푸르 학살에는 명사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웃 나라 소말리아에서 벌어지는 혼돈에는 시선을 주지 않는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서방에 거주하는 망명정부 또는 공동체의 힘이다. 이들 조직은 고향의 억압받는 상황을 서방세계에 선전하고 활동자금을 모은다. 티베트는 일찍이 잘 조직된 ‘자유 티베트(Free Tibet)’ 운동과 망명정부가 있다. 반면 위구르는 망명정부를 자처하는 소규모 조직이 50여 개로 분산된 데다 활동도 많지 않다. 미얀마 인권운동을 지지하는 해외의 조직적 로비 활동은 1991년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노벨 평화상을 타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라오스의 야당이 해외에 반(反)정부 구심점을 구성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둘째,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존재다.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다. 그는 서방 대중에 어떻게 어필하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러면서 티베트의 고난을 자연스럽게 알린다. 위구르는 이번 사태로 사업가 출신의 망명객 레비야 카디르 씨가 부각됐지만 정치력이나 서방세계와의 친밀도에서 달라이 라마에 견주기는 어렵다. 셋째, 사소한 것 같지만 지도자의 영어 실력도 중요하다. 선(禪)적인 용어를 섞어가며 쉽게 다가가는 달라이 라마 특유의 영어는 유명하다. 반면 카디르 씨는 통역 없이 서방 언론과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 여사는 영어로 책을 펴내 자신과 미얀마의 상황을 알렸다. 반면 라오스에서 영어 잘하는 야당 지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넷째, 명사들의 관심이다. 배우 리처드 기어는 오래전부터 친(親)티베트 인사다. 티베트의 인권 상황을 폭로하는 영화를 만들어 중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록 밴드 U2는 수치 여사에게 헌정하는 노래를 만들었다. 배우 조지 클루니는 다르푸르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보스턴글로브는 이런 차이가 계속 존재하는 한 위구르나 라오스, 소말리아가 세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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