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고발사진이 포르노?

  • 입력 2009년 7월 15일 16시 03분


길바닥에 벌거벗고 나자빠져 힘들게 아기를 낳고 있는 흑인 여성의 처절한 모습, 엄마의 자궁을 뚫고 나왔지만 머리가 아닌 다리가 먼저 나온 상태로 엄마 가랑이 사이에서 죽은 신생아 모습…. 말로 옮기기에도 끔찍한 이 사진의 주인공들은 아프리카 잠비아 여성들이다. 지난 달 극심한 의료 파업으로 의료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해 신음하는 산모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전달받은 잠비아 일간지 '더 포스트'는 너무 끔찍해 결국 신문에 싣지 못했다.

하지만 편집장 찬사 카브웰라 씨(29·여)는 국민의 고통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진들을 조지 쿤다 부통령과 보건부 장관, 일부 각료와 여성 단체 2곳 등에 보냈다. 무너진 의료 서비스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의료 파업 종식을 촉구하는 편지도 써 동봉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정부 당국의 '체포'. 사진과 편지를 보고받은 루피아 반다 대통령이 '카브웰라 씨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면서 "이런 '포르노' 사진을 찍어 유포한 사람은 사법 당국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도저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이런 사진들로 '어머니'를 모욕한 자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카브웰라 씨는 13일 1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고 일단 1000달러 보석금을 낸 뒤 나왔지만 정식 기소될 경우 최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음란물을 유포해 사회 윤리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다.

사진들이 일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면서 여론이 악화된 것도 문제가 됐다. 여성 단체들이 "사진에 공개된 여인들의 사생활은 물론 인간 존엄성까지 훼손됐다"며 공격에 나선 것. 카브웰라 씨는 "그 사진들은 내가 찍은 게 아니라 임산부의 남편 등 가족들이 찍은 것"이라며 "남의 사생활을 공개할 목적이 아니라 정책결정론자들에게만 사안의 중대성을 알리기 위해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초에 사진을 실으려 했던 잠비아 일간지 '더 포스트'는 카브웰라 씨가 체포되자 "임산부 권리를 침해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데 이어 여성 단체들을 "(정부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이 소식을 전하며 "카브웰라 씨의 체포에는 그동안 부정부패를 지적해 온 언론을 보는 정부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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