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둥성 관가 ‘비리 광풍’… 낙마 도미노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창업자 주가조작 구속
뇌물받은 전현직 공직자 한두달 간격 줄줄이 체포

중국 초고속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광둥(廣東) 성이 요즘 흉흉하다. 중국에서 손꼽는 부자이자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그룹의 창업자 황광위(黃光裕) 전 궈메이그룹 회장의 주가조작 비리로 광둥 성 출신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광둥 성 선전(深(수,천)) 시 부시장 등 3명의 간부가 비리 혐의로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쉬쭝헝(許宗衡) 선전시장이 전격 체포됐다. 이들은 황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쉬 시장은 또 2011년 선전 시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설계자를 임의로 교체한 혐의로 광둥 성 기율검사위원회의 내사를 받아왔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현재 이 사건으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는 부(副)성장급 이상만 5명이다. 지난해 10월 체포된 황쑹유(黃松有) 전 최고인민법원 부원장을 비롯해 올해 1월 정사오둥(鄭少東) 전 공안부 부장 조리, 4월 천사오지(陳紹基) 전 광둥 성 정치협상회의 주석, 5월 왕화위안(王華元) 전 저장(浙江) 성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쉬 시장이다. 이 가운데 천 전 정협 주석과 왕 전 서기는 한국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성장급 인사다. 또 다른 성장급 인사가 연루됐다는 소문도 있다.

이 밖에 광둥 성 정부의 국장급 관리 여러 명이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광둥 TV의 한 미녀 앵커는 천 전 정협 주석과 은밀히 관계를 맺어오다 이번에 들통이 났다.

이들은 대부분 광둥 성 출신이거나 광둥 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광둥 성 출신인 정 전 공안부장 조리는 고향에서 일하다 승진해 몇 년 전 베이징으로 자리를 옮겼다. 왕 전 서기 역시 직전 근무지가 광둥 성이다. 황 전 최고인민법원 부원장은 황 전 회장과 같은 광둥 성 산터우(汕頭) 시 출신이다. 고향이 같은 이들은 뇌물을 받고 황 전 회장에게 편의를 제공하다 이번에 쇠고랑을 찼다.

선전 시 관가와 재계는 당정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경질에 최근의 경제회복 노력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지역사회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온 쉬 시장의 낙마 소식에 시민들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나 광둥 성 정부에 인맥이 없는 쉬 시장이 내부권력 투쟁에서 패배해 희생양이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조사가 진행되면서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한 자살 기도도 잇따르고 있다. 7일엔 쉬 시장이 자살을 기도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지난달엔 정 전 공안부장 조리가 수감 도중 자살을 시도했다. 이에 앞서 4월 말엔 황 전 회장이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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