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새로운 시작” 연설… 박빙 이란 대선에도 파장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개혁파 무사비에 힘실어줘

“아마디네자드는 내 사랑!” “독재자(아마디네자드)에게 죽음을….”

12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을 앞두고 보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53)과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68)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초 정부 주관의 여론조사에서는 아마디네자드가 응답자 지지도에서 58.6% 대 21.9%로 무사비를 앞섰다. 하지만 최근 지역방송국 ‘아얀데 뉴스’가 이란 10대 도시에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무사비가 35% 대 34%로 앞서는 등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여론조사는 조사대상 규모나 오차범위 등을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가 낮은 데다 투표율이 큰 변수다.

이번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스타일의 ‘양자 TV토론’이 도입돼 주목을 끌었다. 3일 이란 국영 IRIB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무사비 후보 간의 90분간의 TV토론은 1500만 명의 이란 국민이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국영방송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생중계한 것은 이란의 정치지형을 확 바꿔놨다는 평을 받는다.

무사비 후보는 “아마디네자드의 선동적 발언으로 이란의 국격이 땅에 떨어졌다” “당신은 나라를 독재로 이끌고 있다” “4년간 모험주의, 감정주의, 극단주의적 외교정책으로 이란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무사비를 지원하는 모하마드 하타미와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까지 개혁파 인물들을 모조리 부패인사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무사비 후보 부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재선을 노리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주권을 강조하고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란의 강경 보수파 정치인이다. 그는 2005년 대선 때 ‘석유 수입을 국민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서민층의 지지를 이끌며 당선됐다. 그러나 집권 기간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으로 민심을 크게 잃었다. 개혁파 무사비 전 총리는 1979년 이란 혁명을 주도한 이슬람 혁명 1세대이며, 이란 이라크 전쟁 당시 1981∼1989년 국무총리를 지냈다. 무사비는 당선될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직접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4일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이슬람 연설도 이란 대선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바마가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은 무식하고 혐오스러운 짓이라고 비난한 것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또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미국의 새로운 이미지’라고 평가한 것도 온건파 후보에게 희망을 갖게 했다”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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