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영은행, GM 자회사 오펠 대주주로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지분 35% 획득… “경제위기 아니면 꿈도 못 꾸어”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위기로 독일에 있는 GM 자회사인 오펠이 러시아 국영 스베르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에 팔렸다고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밝혔다. 슈타인브뤼크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 및 GM, 마그나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베를린에서 6시간여 동안 진행된 마라톤 회의가 끝난 뒤 오전 2시 13분(현지 시간) 기자들에게 “오펠을 마그나에 파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오펠 인수전에는 당초 피아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독일 정부는 결국 자국 근로자를 최대한 적게 감원하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한 마그나의 손을 들어줬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마그나는 오펠의 유럽 전체 근로자 5만5000명 중 20%를 감원하되, 독일 근로자는 10%만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나는 이에 따라 오펠 지분의 20%를 갖게 된다. 마그나의 경영 파트너인 스베르은행은 35%를 갖게 돼 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됐다. 나머지 35%는 GM이, 10%는 오펠 직원이 각각 보유한다. 마그나는 세계 25개국 326개 공장과 연구소에서 약 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오펠을 활용해 유럽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스베르은행의 지분 참여는)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도이체텔레콤 지분 매각 등에서 경제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러시아 정부자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경제위기 심화로 자국 근로자가 대량으로 실직 위험에 처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편 이번 협상은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섰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오펠의 지분 변동과 GM 의중에 대해 협의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또 푸틴 총리에게 스베르은행의 출자 때 보증을 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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