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대 산업도시 바르셀로나에 살던 바네사 호메로 씨 가족은 1월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작은 시골마을 마리날레다로 이사를 왔다. 금융위기 여파로 직장에서 해고돼 생계가 막막했던 호메로 씨 부부는 이곳에서 일자리를 다시 찾았다. 농장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은 각자 1500달러. 큰돈은 아니지만 물가가 싸 생활엔 지장이 없다. 일터에 있는 동안 어린 자녀를 맡길 보육원도 매달 17달러(약 2만 원)만 내면 된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곳은 다름 아닌 사회주의 도시다. 뉴욕타임스는 26일 금융위기로 최근 주목받는 마리날레다 논란을 소개했다. 이 마을은 사회주의자 마누엘 산체스 시장이 1979년 당선된 뒤 30년째 공동재산, 협동농장, 시영주택 등 다른 스페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주민들은 직장을 잃어도 노동조합이 바로 다른 일터를 연결해 준다. 주요 산업은 농업이며 주민 대부분이 시(市)가 운영하는 협동농장에서 일한다. 주택도 시가 직접 지어 나눠준다.
산체스 시장은 “최근 금융위기로 시장 자본주의가 무너지면서 사회주의적 가치관이야말로 현명한 판단이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자본주의 국가인 스페인에서 전혀 다른 체제로 살아가는 이곳을 ‘공산주의 오아시스’라 부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마리날레다 ‘지상낙원’이라는 주장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산체스 시장의 사회주의 정책은 빈민층을 현혹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입각한 결과라는 것.
실제로 산체스 시장은 이 지역 귀족 소유의 토지를 빼앗아 협동농장을 조성했다. 자급자족을 주장하지만 실제론 시 재정이 부족해 중앙정부와 안달루시아 지방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대파나 불만을 가진 주민들을 추방하는 등 공산주의 독재정권하에서 자행되는 일들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금융위기로 경제난이 심각해 마리날레다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협동농장도 경쟁력과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