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대 블루 다이아몬드 채굴해야 고작 45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남아共 광원들 억장 무너진다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선보인 한 블루 다이아몬드는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크기가 7.3캐럿에 이르는 이 블루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다이아몬드’라는 찬사 속에 전 세계 부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추정 경매가만 최대 850만 달러(약 115억 원).

하지만 “역대 다이아몬드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이 뉴스는 막상 이 다이아몬드가 나온 컬리넌 광산의 채굴자들에게는 속 쓰린 소식일 뿐이다. 화려한 보석의 이미지와 달리 이들의 빈곤한 삶은 최근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 경기침체를 이유로 광산 소유업체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이들은 줄줄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컬리넌 광산은 희귀한 블루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전 세계 최고급 보석의 25%가 생산되는 주요 생산지로 꼽히는 곳. 배우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해 유명해진 100만 달러대 다이아몬드도 여기서 생산됐다.

하지만 광산 채굴자들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월 240파운드(약 45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컬리넌 광산 운영업체인 ‘페트라 다이아몬드’는 최근 광산 직원 900명에게 “병가와 육아휴직, 보너스, 추가 근무수당 같은 복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2007년 이후 다이아몬드 값이 45%까지 떨어지는 등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해고 통지도 잇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2만여 명이 광산에서 쫓겨났다.

앰브로스 갬부시 씨(43)도 지난주 일자리를 잃었다. 컬리넌 광산의 지하 터널을 뚫는 기계를 다뤄온 기계 전문가로 10년을 일해 왔지만 1월 가파른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친 후 평소만큼 일을 하지 못한 게 이유였다. 회사 측은 “계단 손잡이를 꼭 붙잡지 않아 안전규정을 어긴 책임이 있다”며 오히려 그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결국 그는 회사의 조사와 훈계까지 받은 뒤 빈손으로 광산을 떠나야 했다.

남아공의 광산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채굴자들은 “광산을 운영, 감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백인”이라며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백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이 친기업 정책을 쓰면서 노동자들의 복지나 인권 문제에 소홀했던 것도 이유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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