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당한 취업사기 한국이 일자리로 갚아라”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중국 헤이룽장 성 하이린 시의 취업사기 피해자들이 지난달 하순 하이린 시내에서 ‘한국 정부 도와주세요’ 등의 호소문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무단장 한인회
중국 헤이룽장 성 하이린 시의 취업사기 피해자들이 지난달 하순 하이린 시내에서 ‘한국 정부 도와주세요’ 등의 호소문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무단장 한인회
中하이린市790여명 한국 향한 분노의 집단 시위… 왜?

“20억 원 피해 보상길 막막…방치 땐 양국관계에 불똥”

한인회, 한국정부 중재 희망

한족과 조선족 등 중국인 790여 명이 대규모 취업사기 사건으로 약 2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봐 자칫 한국과 중국 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 보상과 함께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한국에서 일하게 해 달라”

22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무단장(牡丹江) 시 한인회에 따르면 취업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본 무단장 인근 하이린(海林) 시 중국인들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한편 현지 한인들에게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현지 한국인들은 사기사건 민원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인 속으로 파고들어 사업을 벌여 나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2006년부터 2년 이상 한국인 Y 씨(47) 등의 한국에 취업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모두 1042만 위안(약 20억 원)을 사기 당했다. Y 씨는 올해 2월 경남지방경찰청에 검거됐지만 압수된 금액은 4억5000만 원가량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비자 발급 및 취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팔거나 심지어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학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이들은 금전적인 손해도 크지만 2년여 동안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기다리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함으로써 본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이 한인회에 전달한 자료에 따르면 사건 피해 때문에 이혼한 가정이 35%에 이르며 화병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고, 피해 충격으로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 것.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농민이나 서민이다.

○ 멀고 먼 해결책

피해자들은 지난 2, 3년간 받은 금전 시간 정신적 피해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피해 금액을 찾아주는 것 못지않게 늦게라도 한국에 가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는 “사기 주범이 잡힌 만큼 회수된 금액을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분배해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특히 경제위기로 국내 취업 사정도 어려운데 사기사건 민원 해결을 위해 비자를 발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엄재봉 무단장 한인회장은 “피해 규모가 큰 데다 사건에 모 지역 한인회 간부가 일부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피해자들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서도 대규모 집단민원에는 관심이 많고 하이린 시 등도 적극 나서고 있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중국한인회 관계자도 “개인적 사기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대국적인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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