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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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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3번 출전한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삼세번의 기적’을 믿으려 합니다.” ‘삼진아웃’ 위기에 몰린 일본 로스쿨 수료자들이 다음 달 치르는 사법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삼진아웃이란 로스쿨 졸업자에게 5년간 3번의 응시기회만 주되 이 기간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원히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올해 삼진아웃 위기에 몰린 이 수험생은 ‘신(新)사법시험 예비합격자’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불안감으로 공부에 집중이 안 돼 구직 사이트를 뒤지다 삼수 끝에 붙었다는 합격기를 읽고 다소 마음을 잡고 있다”며 불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2004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갈수록 로스쿨이 난립하면서 졸업생들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아지고 있다. 로스쿨 도입 당시 80%로 예상했던 사법시험 합격률은 최근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06년 48%에서 2007년엔 40%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33%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삼진아웃을 당한 사람은 487명으로 3년 전 172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때문에 연간 1800만 원에 이르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문제는 이들을 일반 기업에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 취업 알선업체 ‘모어 실렉션스’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시험 불합격자 300여 명이 취업상담을 했지만 이 중 40명만이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나이는 많고 직장 경험은 없고 기대치만 높은 고학력자여서 구인업체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로스쿨 난립과 이에 따른 사법시험 탈락자 폭증으로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도쿄(東京)대와 교토(京都)대는 내년부터 입학정원을 20% 줄일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대는 정원을 300명에서 240명으로, 교토대는 200명에서 16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문부성은 74개에 이르는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에도 모집인원 삭감이나 대학 간 통합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사법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연수과정에서 낙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법연수생의 6%인 113명이 연수원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