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용감했다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가족과 탄 여객기 조종사 졸도

관제탑 교신으로 무사히 착륙

가족을 위한 한 가장의 사투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가족 여행에 나선 미국인 더그 화이트 씨(56)는 12일 오후 아내와 18세, 16세 된 딸들과 함께 플로리다 주 마르코 섬에서 킹에어 소속 여객기를 타고 이륙했다. 소형 쌍발 제트엔진 비행기에는 그의 가족 4명만 탑승했다.

그런데 이륙 20분 뒤 고도 약 4000m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조종사가 낮은 신음과 함께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목숨이 경각이 이른 순간 화이트 씨의 가족은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다행히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화이트 씨는 부인과 함께 조종석으로 다가가 무선 교신으로 관제탑에 비상 상황을 알려 도움을 긴급 요청했다.

다행히 화이트 씨는 1990년에 획득한 비행자격증이 있었고 최근 작은 단발 엔진 비행기를 조종한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쌍발 엔진 비행기를 조종한 경험도 없었으며 더구나 고도 2100m 이상 올라가본 적도 없었다. 화이트 씨는 “온통 공포뿐이었으며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고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털어놨다. 가까운 공항인 마이애미 포트마이어스 공항 관제탑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킹에어의 기술 전문가 1명이 즉시 항공기 체크리스트와 매뉴얼, 조종석 설계도 등을 가져와 화이트 씨에게 불러주었다. 화이트 씨는 그 설명을 들으며 육안 조종으로 하강해 마침내 사고 발생 30분 만에 여객기를 비행장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의식을 잃었던 조종사는 착륙 직전 숨을 거두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단발 엔진 비행기를 조종해본 사람이 쌍발 엔진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함께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