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코리아타운 영역 마찰 시끌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에서 한국 교포들과 방글라데시인들이 치열한 ‘영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일 소개했다. 갈등의 발단은 코리아타운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인들이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에 코리아타운 서쪽 지역을 ‘리틀 방글라데시’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신문은 “오랫동안 거주하며 이 지역을 한국 문화와 경제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한인 교포들은 방글라데시인들의 청원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단체인 한미연합회 로스앤젤레스 지부 측은 올해 1월 방글라데시인들이 청원한 서쪽 대신 동쪽 지역 일부를 ‘리틀 방글라데시’로 정하자는 중재안을 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면적이 훨씬 좁고 이 지역에는 방글라데시인이 거의 살지 않는다”는 반발에 부닥쳐 거부당했다.

방글라데시인들은 1960년대부터 대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몰려와 하나 둘씩 코리아타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른 곳보다 월세가 싸고,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데다 이미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문화적 동질감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5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 조사에서는 코리아타운 내 방글라데시인이 6000∼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민은 약 25만 명이며 절반가량인 약 13만 명이 한인 교포로 추산된다.

방글라데시인들이 그동안 이웃으로 지내온 한인 교포들과의 마찰을 각오하고 ‘리틀 방글라데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출신 미국 이민자들의 모임인 ‘남아시아 네트워크’의 하미드 칸 사무국장은 “국가 이름을 딴 지역이 지정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데다 이민자들이 공동체를 세우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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