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주권-영토-무역 ‘3각 갈등’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남중국해 대치 이어 美하원 티베트 결의안 통과

가금육 수입제한 조치에 中 “WTO에 제소할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주권과 영토, 무역 등에서 전방위 대결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최근 인민해방군 수뇌부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해 미국의 위협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전방위 갈등=미국 하원이 11일 중국이 티베트 인권 탄압을 중지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중국 외교부는 “난폭한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또 미국 상원이 10일 중국의 가금육 수입을 제한하는 727호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는 미국의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며 발끈했다.

양국은 앞서 8일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 소속 해양관측선과 중국 해군의 정보수집함 사이에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양국은 이날 대치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 선박은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불법 활동을 벌인 간첩선”이라고 강력 비난한 반면 미국은 “이는 잠수함과 어뢰 등 해상 위협을 탐지하기 위한 공해상의 합법적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장기적 대치 국면은 피할 듯=후 주석은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의 인민해방군 대표단을 만나 “군은 국가주권과 안전보장에 앞장서고 영토 수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특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베트 같은 주권 문제나 남중국해 대치와 같은 영토 문제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국의 이런 갈등이 전면 대결로 치닫거나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11일 워싱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만나 미중 양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양측 간 선박 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미 양국이 현재 세계 금융위기의 극복을 위해 협조하고 있는 만큼 최근 갈등이 양국 관계에 큰 손상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의 잇단 주권 선언으로 긴장이 높아진 난사(南沙) 군도에 대한 주권 행사 강화를 위해 퇴역한 군함을 개조해 만든 4450t 규모의 어업 관리선을 파견하기로 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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