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정책 대전환 예고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오바마, 美해병대 격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 르준 해병대 기지에서 2010년 8월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르준=로이터 연합뉴스
오바마, 美해병대 격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 르준 해병대 기지에서 2010년 8월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르준=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8월까지 이라크 철군-비정규전 대비-문민협력 강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르준 해병대 캠프에서 이라크에서의 전투임무를 2010년 8월 종료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2003년 3월 시작된 이라크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15만여 명의 병력이 사실상 철군하게 되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전투부대 철군이 마무리된 뒤에도 3만5000명에서 5만 명에 이르는 지원부대가 남아 이라크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전 확보를 돕는 등 강력한 정치적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미국의 이라크 전략이 군사정책 위주에서 외교와 정치 위주로 급선회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자 국방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때맞춰 미 국방부도 최근 4개년 역할 및 임무 검토보고서(QRM)를 발표하며 새 국방정책의 윤곽을 밝혔다. QRM은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QDR·2010년 발간 예정)와 함께 미 국방정책의 목표와 근간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서.

올해 QRM을 관통하는 주제는 문민 협력 강화 및 국제사회의 안정 확보에 대한 기여다.

특히 주권국가를 상대로 하는 정규전은 물론 비정규전(irregular warfare)과 사이버 공간을 통한 도발 등 새로운 형태의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의 강화를 촉구했다.

비정규전의 경우 전면적인 군사작전보다는 간접적인 접근을 통해 적(敵)의 전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지구전을 벌일 것을 조언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신종 사이버전쟁 역시 국방부가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주요한 위협으로 꼽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보고서에서 “단지 전투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며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 혼자서는 안 된다=보고서는 국방부의 주요 임무 영역으로 △미국 본토 방어 △억지작전 △주요 전투작전 △비정규전 △치안 강화, 체제 이양 및 재건을 위한 군사적 지원 △협력적 안보체제 확립을 위한 군사적 기여 등 6개 분야를 꼽았다.

또 미국이 본토는 물론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무부 및 그 산하의 국제개발위원회(USAID)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QRM은 보고서 발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보를 위한 계획 수립과 전쟁 수행, 향후 평화 정착을 펜타곤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문서화하기도 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안보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행정 각 부처의 유기적인 협조 제도화 및 비전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었다.

이 밖에 이 보고서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레반, 알카에다 등 테러세력 소탕 작업의 목표 역시 국방의 최우선 과제인 미국 본토와 미국인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