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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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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136. 웰스파고 대(對) 에드워드 캘러헌.”(법원 서기)
“그 집에 살고 있나요? 모기지를 갚고 있나요?(판사)
“아닙니다.”(주택 소유자)
“당신 집은 45일 내에 처분됩니다. 판결 끝.”(판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플로리다 주 리카운티 법원의 주택압류 소송 장면이다. 재판 한 건당 걸린 시간이 15∼20초에 불과할 만큼 주택압류가 폭주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8일 발표한 ‘주택압류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이 경제위기의 촉발점인 주택시장 붕괴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압류 예방을 위해 75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제시한 500억 달러보다 증액된 것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대형 모기지회사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지원금도 당초 20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늘린 것까지 합치면 총 2750억 달러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투입된다.
주택 소유자를 직접 겨냥한 포괄적 프로그램으로 평가되는 이번 대책은 미국 근세사에서 가장 큰 규모다.
핵심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의 집을 압류하는 대신 상환조건을 완화해 주는 모기지회사에 각종 지원을 하는 것이다. 한 채당 최대 6000달러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집값 하락으로 시가보다 모기지회사에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아진 집주인들에겐 재금융을 알선해준다. 모기지회사가 월 상환액을 집주인 월수입의 38% 이내로 낮춰주면 조정된 액수 가운데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페니메이 등에 대한 2000억 달러 추가 지원은 모기지 금리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미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900만 가구 이상이 혜택을 보며, 집 한 채당 평균 6000달러의 가격 하락을 막아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강제성 없이 모기지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이며 의회 입법이 필요한 항목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주택 소유자를 구제하는 데 세금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며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해온 가정의 심리적 반발도 우려된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46만6000채로 지난해 1월 대비 56.2% 감소했으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9년 이래 가장 부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