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시네마천국’ 역사속으로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최근 폐업한 미국 뉴욕 킴스비디오의 김용남 대표.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최근 폐업한 미국 뉴욕 킴스비디오의 김용남 대표.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김용남 씨 운영 ‘킴스비디오’ 경영난에 폐업

희귀영화 5만5000점은 伊 시칠리아로 옮겨

미국 히피문화의 산실인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중심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시네마천국’이 있다. 아니, 있었다.

최근 경영난으로 폐업한 비디오 대여점 ‘킴스비디오’. 한때는 영화학도는 물론 우디 앨런, 스파이크 리, 마틴 스코세이지 등 영화감독들도 수시로 드나들던 뉴욕 컬트영화의 메카였다. 8일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명물이 사라져가는 순간을 따라가 봤다.

1987년 20대 영화학도 김용남 씨는 뉴욕의 세탁소 한구석에 ‘킴스비디오’를 열었다. 김 씨는 “교수들이 구해보라던 영화를 찾을 수 없어 아예 가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김 씨의 열정이 더해져 곧 뉴욕의 명소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희귀영화만 5만5000여 점. 한창 때는 전 세계 회원 20만 명에 지점도 8개나 됐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게 되면서 위기가 왔다. 영화를 빌려보는 회원도 1500여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 김 씨는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연 지난달 17일 가게 앞에는 명물의 퇴장을 추억하려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넷플릭스(온라인영화 대여업체)에 가입한 내가 킴스를 죽였다”, “한 세대가 끝났다”, “이런 공간을 다시 찾을 수 없다니 아쉽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김 씨의 마음도 착잡했다. 그는 “오늘처럼만 손님들이 찾아왔다면 가게를 계속 열 수 있었을 것”라며 아쉬워했다.

뉴욕 명소는 사라지지만 김 씨의 ‘시네마천국’은 진행형이다. 김 씨는 지난해 소장 영화를 보존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조건으로 소장품을 단체에 무료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응답은 5000km 떨어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왔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살레미 시는 김 씨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네마천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

시는 ‘네버엔딩 페스티벌’을 열어 킴스비디오의 소장 영화를 연속 상영하고 전용상영관도 만들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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