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지원받은 아이슬란드 경제위기로 정권 첫 붕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연정 구성 실패… 총리 사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이슬란드에서 경제위기가 결국 연립정부 붕괴로 이어졌다.

이는 2007년 이후 심화돼 온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권이 붕괴된 첫 사례다. 아이슬란드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던 금융 강국이었다는 점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총리는 26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DA)과 새 정부 구성에 관한 합의에 실패했다”며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또 자신을 비롯한 내각의 사임도 발표했다.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지난해 11월 IMF에서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자국 통화인 크로나의 가치는 급락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치솟았고 정부의 무능력에 항의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국민이 냄비와 프라이팬 같은 주방기구들을 두들기며 시위에 나선 것을 두고 ‘프라이팬 혁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20일 정부가 “2009년 성장률 전망치가 ―9.6%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2010년에는 제로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시위대 2000여 명은 지난주 국회로 몰려가 페인트와 계란을 투척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유리창을 깼고,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이 1949년 이후 사용을 중단했던 최루탄까지 동원하면서 시위가 격렬해졌다. 하르데 총리도 시위대가 던진 계란으로 얼룩진 리무진을 타고 의회를 빠져나가는 곤욕을 치렀다.

궁지에 몰린 하르데 총리는 23일 식도암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2011년 예정된 총선을 5월에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회민주당이 새 총리 선임을 요구하며 조기 총선에 반대하자 결국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조만간 사회민주당과 진보녹색당이 손잡고 좌파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이 사회민주당에 진보녹색당과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대화에 대한 주도권을 위임했다고 보도했다.

임시 총리로는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 사회복지부 장관이 유력하다. 그가 총리가 될 경우 아이슬란드 사상 첫 여성이자 동성애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야당과 언론은 내각 외에 다비드 오드손 중앙은행 총재도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어 정국 불안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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