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주민 공포-굶주림… 인간 존엄성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월드비전 다인 ‘팔’ 구호팀장

“인간 존엄성의 위기다. 그냥 ‘위기’라고 부르는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2차 중동전쟁이 한창이던) 1956년 이후 최악이다.”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인터내셔널의 앨런 다인(사진) 팔레스타인 구호팀장은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다인 팀장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150만 명의 가자 주민이 숨을 곳도 찾지 못한 채 공포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며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아 빵 같은 식량은커녕 만들어 먹을 재료조차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은 환자로 넘쳐 수용 한계를 이미 넘어섰고 의약품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상당수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영양실조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들은 아무런 의료서비스 없이 신음하고 있다. 분유를 구하지 못한 유아들의 건강상태도 ‘응급 상황’이다. 그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굶어 죽을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루살렘에서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다인 팀장은 가자지구 내에 들어가 있는 월드비전 구호팀으로부터 이런 상황을 자세히 보고받고 있다.

그는 “모두가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구호품이 너무 모자라고 전달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구호활동을 위한 3시간의 휴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아 구호팀과 의료팀이 목숨을 걸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는 “3시간 안에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구호 요원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고 일부는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다인 팀장은 지난주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가자지구의 휴전 협정을 촉구하는 국제구호단체의 연합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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