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시대]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美日中 전문가에게 들어본 ‘오바마 동아시아 정책’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한다. 그는 과거 수년간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로 한미동맹이 약간 표류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평양이 한미간에 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미간에 긴밀한 대화로 함께 페이지를 열어가야 한다는게 확고한 그의 생각이다.”》

“핵-인권-개방 등 대북문제

오바마, 한국과 함께 풀것”

“북한과 대화-수교 용의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 이뤄져야 가능”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올 봄부터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캠프의 한반도 정책 논의에 관여해왔다. 그는 조지 H 부시(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행정부 시절 주한 대사를 지냈지만 지난 수년간 공화당이 보여온 정책 방향에 환멸을 느껴 지난해 민주당원으로 당적을 바꿨다고 한다. 6개월전 오바마 캠프의 요청으로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 정책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온 그를 5일 인터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최근 2년간은 북한과의 접촉(engagement)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주도해온 지난 2년간의 부시 대북 정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룬 합의들은 온당한 진전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최근 결정도 지지한다. 하지만 현 부시 행정부 정책과 차기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협상에 대한 의지다. 현재보다 더 높은 급에서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힐 차관보는 훌륭한 협상을 하고 있지만 차관보에 불과하다. 오바마 당선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한 조명록이 워싱턴에 와서 고어 부통령의 점심초청을 받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초청이 이뤄졌던 그런 상황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협상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임을 오바마 후보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만약 더 높은 차원의 상호신뢰가 있다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 레벨의 상향이 이뤄진다해도 기본적 접근법은 거의 비슷한 것 아닌가. 부시 행정부 대북 정책의 지속성을 예상해도 되는가.

"대화 레벨의 상향도 변화의 한 부분이지만 북한의 태도가 바뀌는게 중요한 점이다. 그들은 미국을 매우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가 초기 6년동안 대화하지 않고 압력을 가하다 막바지에 대화에 나섰지만 매우 늦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임기초 미국의 새 대통령이 즉각 더 큰 용량의 협상 트랙을 시작한다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협상이 될 것임을 북한은 알 것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 내에서 힐 차관보에 대한 비판론자들이 정부 안팎에 있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대를 상대했지만 오바마 정부에선 대화 정책을 진정으로 지지하는 단합된 상태의 행정부와 당을 상대하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그에 상당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와 대화할 의지가 있는가.

"오바마 당선인이 북한 이란을 비롯해 미국과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 지도자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건 맞다. 그러나 그는 그런 대화는 전제조건은 없을지라도 사전에 면밀히 준비되어야 하며, 의제가 신중히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내 생각에 그런 조건들이 맞춰지면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나라들과의 대화에 더 많은 유연성과 개방성을 가질 것이다."

―지난해말 노무현 정부가 임기내 3자 정상회담을 해보려고 열을 올렸지만 부시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였다면 응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동맹의 성공을 매우 중시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은 다가오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평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평양이 한미간에 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국과의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에 대해 한국이 불편해 하는 상황이 생겨선 안된다는게 오바마 당선인 측의 생각이다. 내 생각에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동맹이 과거 어느정도 표류했으며 빨리 치유되어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레그 전대사는 "한국언론에 '오바마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관계 구축을 희망한다'는 식으로 보도가 많이 되는데, 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이른바 '통미봉남' 시도를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 그런 북한의 태도를 부추길 가능성은 없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동맹의 강화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한국과 함께 풀어가야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며 그렇게 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한미 양국이 함께 북핵과 인권문제, 북한의 개방을 위한 대화에 나서는 미국-동북아 관계의 새로운 챕터가 열릴 것이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 김대중 정부와 갈등이 있었는데 그런 현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이 독단주의를 버리고, 동맹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임을 수없이 강조해왔다. 그런 자세는 한반도 문제에도 적용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 동맹임을 알고 있다. 북한과 대화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임에 있어 한국을 확신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 인권 문제에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그는 북한에서 인권에 관한 비극적 사건들이 벌어져왔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을 비롯한 외부세계는 다른 나라의 행동을 외부적 힘을 이용해서 바꾸려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변화를 가져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권침해자들을 고립에서 끌어내는 것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일종의 고립이다. 그들은 외부세계와 거의 관계가 없다. 외부세계가 어떤지 잘 모른다. 오바마의 접근법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더 많은 대화를 함으로서, 북한이 변화가 자신들의 이익임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중국을 보라. 미국이 중국과 대화에 나설때 중국은 20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문화혁명을 거친 뒤였다. 하지만 닉슨과 키신저는 손을 뻗었다. 40년 후인 지금 중국이 어떻게 변했나. 그것이 오바마가 북한 인권을 다룰때 채택할 접근법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견해를 바꿀 가능성은 없는가.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 FTA로 영향을 받는 부분, 특히 자동차 같은 부문은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쌀 수입이 미칠 영향을 걱정해 반대하듯이 미국은 자동차 문제를 걱정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런 점이 면밀히 들여다봐야할 대목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더 연료효율적인 차를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FTA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미 양자 무역의 증진을 바라지만 FTA를 윈윈(win-win) 상황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현재의 협정내용이 그런 정의(定意)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바마의 후보시절 FTA 반대는 일정부분 선거용이었다는 관측도 있는데.

"민주당은 일반적으로 노동 그룹과 가깝다. 자유무역에 대한 오바마 당선인의 견해도 전형적인 민주당의 그것이다. 다만 그의 견해가 기존 민주당과 갖는 차별성은 그는 (FTA를 무조건 반대한다기 보다) 노동자들이 FTA로 인해 받는 상처를 보완해줄 입법을 하고, 한국이 일부 대목, 특히 자동차에 대해, 그리고 일정부분 쇠고기와 쌀 문제에 대해 더 나은 반응을 보이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유무역에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상태에선 한미 FTA가 지지하기에 충분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말한 것들은 앞으로도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그레그 전대사는 오바마 당선인이 북핵 문제를 비롯해 복잡하게 꼬인 난제들에 정면으로 도전해 풀어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시절 오바마와 함께 '하버드 로리뷰' 편집을 했던 한 교수와 지난해 저녁식사를 했다. 그 교수는 '당시 편집장 오바마는 가장 어렵고 엉켜있는 법적 이슈들을 절대 피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복잡하게 엉킨 문제를 세심히 바라보면서 왜 문제가 복잡해졌는지 분석하고 하나하나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193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래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과제들을 인계받게 됐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이 복잡하게 엉킨 이유를 분석하면서 쉽게 만들어 풀어 갈 것이다."

○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

△미국 윌리엄스대 졸업

△중앙정보국(CIA) 근무

△주한 미국대사 특별보좌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담당관, 부통령 안보담당고문 △주한 미국대사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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