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당정 ‘반세기 밀월’ 균열 조짐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연금조작-오염쌀 등 잇단 비리에 與의원들 등돌려

관료들 ‘방패막이’ 찾아 野민주당과 관계개선 나서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관료집단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자민당은 거의 반세기에 가깝게 장기집권을 했기 때문에 일본의 당정(黨政) 밀월관계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최근 연금기록 조작, 오염 쌀 유통, 택시 운전사의 공무원 접대 등 관료와 관련된 불상사가 꼬리를 물면서 자민당에서마저 관료사회 개혁론이 나오는 등 당정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례로 과거 일본에서 가장 끈끈하기로 유명한 관계는 약 3조 엔의 도로 특정 재원을 주무르는 국토교통성 도로국과 이른바 자민당 ‘도로족(族)’ 의원들이다.

도로국은 도로족 의원의 지역구에 도로 건설 물량을 배정해 주고 반대급부로 예산 편성 때 협조를 받는 유착관계를 지속해 왔다. 특히 도로국은 과장급 간부들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전담할 도로족 의원을 정해준 뒤 밀착 관리하는 관행을 1970년대부터 유지해 왔다.

하지만 도로국은 최근 자민당 도로족 의원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도로국의 한 중견간부는 “도로족이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이들이 더는 우리 편이 돼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자 관료사회에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이 매주 1차례씩 여는 연금기록 문제 관련 회의에는 후생노동성의 관련 부서 과장들이 전원 출석하고 있다. 더구나 2일 회의에는 후생노동성과 총무성의 국장급 요직인 관방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다가올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자민당에 지나치게 밀착해 온 것을 후회하는 고위 관료도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민당식 당정 유착관계를 손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점도 관료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자민당 정권은 강고한 관료조직의 보호를 받으면서 편승하고 있을 뿐”이라며 밀월관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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