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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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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하원의장- 당파적 연설로 집중성토 직면
오바마 민주당 후보- 지지율 상승세 반사이익 기대
메케인 공화당 후보-경제분야 취약 역공기회 탐색
지난달 29일 미국 하원이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것은 미국이 처한 ‘리더십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 준다. 하나같이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른 조지 W 부시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권력통제 불능’ 부시 대통령
부시 대통령에게 지난달 29일은 새삼 권력무상의 비애를 진하게 느낀 하루였다.
일각에서는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레임 덕(임기 말 권력누수) 대통령’이 된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브로큰 덕(Broken Duck·권력통제 불능상태) 대통령’으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군으로 여겼던 공화당의 ‘배신’은 더 아프다. 지난주 내내 부시 대통령은 연설이나 회견,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회동 등을 통해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전력투구했다. 29일 하원 표결 직전에는 “구국의 결단을 내려달라”며 최후의 읍소도 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부결 직후 “국민의 뜻을 따랐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을 허탈하게 했다.
○‘이중 플레이’ 논란 펠로시 하원의장
펠로시 의장은 하원 부결 직후 공화당 의원들의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표결 직전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정(失政)을 강하게 비난한 ‘당파적’ 연설이 부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
펠로시 의장은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은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 비용”이라며 “방만한 예산운용 속에서 아무런 규제나 감독도 하지 않은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미국인들은 경제안정을 해치지도 않았고, 어리석으면서도 위험천만한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며 “미국인들은 긴급 구제금융을 위한 비용을 떠맡을 의무가 없고 민주당은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다분히 반대 투표를 선동하는 연설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공화당은 행정부와의 막판 협상 주역인 펠로시 의장이 표결 직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 표정 관리하는 오바마 후보
국가적 위기 상황이지만 꾸준한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오바마 후보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매케인 후보에 대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제문제가 압도적 이슈가 됐고, 26일 1차 TV토론을 거치면서 지지율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이 TV토론 직후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은 49%로 매케인 후보를 5%포인트 앞섰다. 오바마 후보는 구제금융안 부결 직후 “험난한 길이지만 결국 우리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시장은 침착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를 낙관했다.
○ 지도력 시험대 오른 매케인 후보
모처럼 잡은 역전 기회가 경제위기 탓에 무산될 위기에 몰리자 매케인 후보 진영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매케인 후보는 하원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모든 하원의원이 처음 단계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안 재상정 시 의회 통과를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이 이 위기에 즉각적이고 명백하게 대응하길 촉구한다”며 “지도자들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미국의 근로자, 중소기업인, 가정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후보의 지도력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처음부터 오바마 후보는 금융위기 문제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길옆에 서서 구경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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