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1일 남편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올해 17세인 큰딸 브리스틀 양이 현재 임신 5개월째이며, 아이를 출산한 뒤 ‘예비 아빠’(18세)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부는 “우리는 (아기를 낳기로 한) 딸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곧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은 더욱 자랑스럽다.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마주하게 될 딸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발표는 최근 인터넷에 ‘올해 4월 태어난 페일린 주지사의 막내아들이 실제로는 외손자’라는 루머가 번지면서 이뤄졌다.
고교생 딸의 임신은 공인으로서의 능력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한 일이다. 전당대회장 대의원들도 “낙태 반대론자인 후보의 평소 가치관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전혀 안 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당수 미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부풀려 보도하고 있다.
황색언론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는 “전당대회장이 후보의 딸 문제로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주장했고,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대의원들은 ‘깜짝 후보’ 발표가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들 언론도 후보 딸의 임신 자체가 의미가 있는 논쟁거리라고 주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관 해임 논란, 지역 선심성 예산과 같은 딱딱한 검증 이슈들에 후보 고교생 딸의 임신이라는 ‘화제성’ 이슈를 연결시켜 관심을 증폭시키려는 언론들의 ‘선정적 행태’로 인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반응은 명료했다.
그는 “분명히 강조하건대 가족, 특히 아이들 문제를 정치에 끌어들이면 안 된다. (딸의 임신은) 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서 물러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후보는 또 “나의 어머니도 18세 때 나를 가졌다. 가족이 10대 임신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정치의 토픽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 캠프에서 루머를 퍼뜨리는 데 관련된 사람이 있으면 즉각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