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하던 야당마저 등돌리자 무릎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TV에 쏠린 눈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의 북부 도시 퀘타에서 18일 TV로 방영되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사임 연설을 지켜보던 한 주민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TV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퀘타=EPA 연합뉴스
TV에 쏠린 눈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의 북부 도시 퀘타에서 18일 TV로 방영되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사임 연설을 지켜보던 한 주민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TV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퀘타=EPA 연합뉴스
■ 무샤라프 왜 물러나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연립정부의 탄핵 최후통첩 압박에 굴복한 것은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을 지지했던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마저 그에 대한 지지 철회 가능성을 경고하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장기 독재와 잇단 실정,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 하지만 미국엔 유력한 ‘테러와의 전쟁’ 파트너가 사라지면서 향후 테러와의 전쟁 추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임 배경=파키스탄 연정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위헌적 통치행위, 정부 기능 약화, 국가경제 파탄 등을 이유로 그에 대한 탄핵을 결정했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여권은 표결을 통해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해 왔다.

이런 가운데 연정을 주도하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그가 탄핵 이전에 자진 사임할 것을 촉구해 왔다. 특히 PPP 출신 메무드 쿠레시 외교 장관은 16일 밤 “무샤라프의 안전한 퇴임 보장은 반드시 그가 탄핵 개시 전에 사임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진 사임을 선택한다면 안전한 퇴임을 보장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결국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대신 자신에 대한 기소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던 무샤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제안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근교 차크 샤자드에 125만 파운드(약 24억 원)를 호가하는 호화주택을 6주 전 완공했다고 18일 보도했다. 퇴임 후 살 집으로 4년 전 착공한 이 주택은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가시철망과 장벽을 쌓았다.

하지만 무샤라프 대통령의 기대처럼 ‘안전한 퇴임’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집권연정의 한 축으로 과거 무샤라프의 쿠데타로 실권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등이 무샤라프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헌법에 따라 30일 안에 새로 선출해야 될 차기 파키스탄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는 연립정부의 의견 조율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연정은 차기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해 상징적인 자리로 만들 구상을 갖고 있다고 인도타임스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정의 한 축인 샤리프 전 총리가 이를 반대하고 있어 파슈툰 출신의 지도자인 민주당의 아스판다이르 왈리 칸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테러와의 전쟁’ 흔들리나=무샤라프 대통령의 실각은 당장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도타임스는 이날 “미국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퇴진에 아직 공식적인 태도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이를 파키스탄의 문제라고 정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무샤라프의 사임을 예상해 온 미국은 새로운 파키스탄 정권과의 관계개선에 전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들어 이라크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악화되고 있어 아프간의 치안 확보를 위해서는 파키스탄의 안정과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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