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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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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 이미지 실추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권도전 가도가 고단해 보인다. 매케인 후보는 24일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는 독일 소시지 레스토랑을 찾아 레스토랑 주인인 독일계 이민 4세 조프 슈미트(58) 씨와 오찬을 했다.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독일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같은 시간 베를린에서 20만 명의 청중을 상대로 ‘국가, 인종, 종교 사이에 놓인 새로운 벽을 허물자’고 연설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측은한 느낌마저 주는 순간이었다.
매케인 후보는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독일에서 연설하고 싶다. 그러나 대선후보 자격이 아니라 (대선을 치르고 나서)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연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매케인 후보의 ‘초라한’ 행보는 그를 도와주지 않은 날씨 탓도 컸다. 그는 이날 뉴올리언스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멕시코 만 유전 굴착장치에 착륙해 “연안의 석유 시추를 허용해 고유가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지만 허리케인 돌리가 강타하는 바람에 행사 자체가 무산된 것. 설상가상으로 600피트 유조선이 미시시피 강가에 있던 바지선과 충돌해 기름이 유출됐다.
그가 최대 강점으로 강조해 온 ‘외교안보 대통령’의 이미지도 잇단 말실수로 곤두박질 친 지 오래다.
매케인 후보는 최근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이라크-파키스탄 국경’이라는 말을 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이란 말을 하려 했던 듯하지만 이라크와 파키스탄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24일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첫 대규모 전쟁이 이라크전쟁(2003년 3월)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이 밖에 1992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했는데도 여전히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을 사용해 점수를 잃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을 ‘독일 대통령’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