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끌어온 DDA 존폐 기로에 서다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주요국 각료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DDA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DDA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농업과 제조업, 서비스 부문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시장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주요국 각료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DDA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DDA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농업과 제조업, 서비스 부문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시장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고유가 - 식량위기로 보호무역주의 고개

■ 제네바 도하개발어젠다 협상 개막

“지금 아니면 다른 기회는 없다(It's now or never).”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하루 앞둔 20일 저녁 스위스 제네바에 모인 40여 개 주요 참가국 통상장관들 앞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에 DDA 협상이 이토록 중요해진 적은 없었다”며 논의 진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는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이래 7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끌어 왔다.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도 엿새 만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의 다자간 무역협상이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 협상 실패땐 자유무역 퇴조

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주요 무역국들은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 간 무역협상으로 수입관세장벽 등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 관세율이 이미 DDA에서 논의 중인 수치보다 낮아진 국가도 상당수다.

그러나 외신들은 DDA 협상이 관세나 보조금 삭감 차원을 넘어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식량위기 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DDA 진행을 늦추면 자유무역의 퇴조로 글로벌 경제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글로벌 무역 확대를 지지한 응답자는 전체의 25%에 못 미쳤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미 FTA가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해 난항을 겪는 것도 이런 보호무역주의의 전조라고 해석했다.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WTO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향후 미국 대선이나 인도 총선 같은 주요국의 대형 정치 변수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다자간 협상을 진행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피터 맨덜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이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최소 2010년까지는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음번에는 기후변화 같은 다른 이슈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넘어야 할 산들

이번 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50% 이상”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농업과 비농업, 서비스 분야의 쟁점이 다양한 데다 이에 대한 참가국들의 견해도 천차만별이기 때문. 신흥개발국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농업 위주의 후진국들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농업 보조금과 관세를 줄여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반면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시장을 더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도나 중국 같은 신흥 경제대국은 협상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제품의 ‘원산지 표시’ 문제도 EU는 확대 시행에 찬성하는 반면 미국은 반대하는 상황. EU 내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이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하고 있다”며 맨덜슨 EU 집행위원을 정면 공격했다.

DDA 협상은 모든 참가국이 모든 협상 결과를 한꺼번에 수용해야 하는 ‘일괄타결방식(package deal)’이라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단 몇 개의 국가가 협상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하개발어젠다(DDA)::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자간 무역협상. 2001년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의 출범을 선언해 2002년 초에 협상이 시작됐다. ‘도하 라운드’라고도 불린다.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시장의 개방 및 각종 무역규범 논의와 함께 개도국의 경제개발 지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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