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소득의 평등이 사회주의는 아니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라울 카스트로(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1일 쿠바 국민이 경제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위해 획일적 소득분배를 더는 추구하지 않겠다는 ‘실용적 공산주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사회주의는 사회정의, 권리,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지만 소득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득의 평등은 결과적으로 나태한 자가 책임 있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다른 형태의 착취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올해 2월 국가평의회 의장에 선출된 이후 잇단 개혁조치를 내놓았던 그는 이날 수도 아바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평의회 마지막 연설에서 이 같은 개혁 구상을 제시하며 국민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실용적 공산주의의 의미=카스트로 의장은 “평등은 평등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용적 공산주의’란 결국 획일적 소득 분배를 더는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엔 1963년 5월 쿠바혁명에 성공한 뒤 수십 년간 평등사회 건설을 외쳤던 형 피델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카스트로 의장은 “형 피델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다”며 과거와의 급격한 단절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관타나모 TV 웹사이트인 ‘슬로비전’은 13일 쿠바의 변화는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매년 추가되는 쿠바의 경제활동인구는 1980년에만 해도 23만8000명이었으나 2007년 16만6000명으로 줄었다. 2020년엔 12만9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인구가 부족하면 생산이 줄어드니 인센티브 제공 등 뭔가 다른 방식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최근 고유가에 대한 위기의식도 이런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 의장은 “세계경제의 동요 때문에 허리띠를 더욱 조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가 개혁 구상은?=카스트로 의장은 사회보장법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퇴직연령을 조정하고 연금수혜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퇴직 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0세로 각각 5년씩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활동인구는 갈수록 줄고, 평균수명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다소 생소한 ‘시간제 근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의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가구 소득 증대를 위해 파트타임 근무를 장려하는 개혁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새로운 조치들을 반영한 법안을 연말에 개최되는 국가평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울 카스트로 집권 이후 쿠바의 개혁조치>

2월 4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

3월 24일 농작물 판매권 확대 등 통제 완화 조치

28일 일반인 휴대전화 사용금지 규정 폐지

3월 31일 고급 호텔과 렌터카 시장 일반에 개방

4월 1일컴퓨터 TV DVD플레이어 등 가전제품 판매금지 조치 해제

10일 국영기업 근로자 임금 상한선 폐지

4월 18일 해외여행 허용 방안 확정, 세부내용 검토 중

5월 1일 연금 20% 인상, 법원 공무원 임금 인상

7월 11일 카스트로, ‘실용적 공산주의’ 선언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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