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7월 10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예정보다 20분 단축된 한미 정상회담=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이날 회담은 당초 1시간가량 예정됐으나 40분 만에 끝나 한때 ‘이상기류설’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양국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거나 쇠고기 촛불시위와 추가협상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무산과 8월 방한 일정을 미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또다시 미국이 ‘외교적 결례’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회담이 진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전부터 남다른 친근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G8 확대정상회의와 확대정상 오찬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두 사람은 연방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부시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에게 이 대통령을 직접 소개하며 “이 대통령이 교회에서 오랫동안 주차 봉사활동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최근 ‘쇠고기 파문’을 염두에 둔 듯 “인생이라는 게 시련과 도전의 연속으로, 의도한 대로 쉽게 되지 않는 법”이라며 “임기 초 어려움을 겪은 것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이 “임기 전에 끝내줘야 할 게 있다”고 말하자 즉각 “한미 FTA를 말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는 쇠고기 문제로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회담은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협의된 양국간 현안의 진전 상황을 점검함으로써 다음 달 부시 대통령의 답방을 통해 더욱 내실 있는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회담으로 볼 수 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토대로 8월에는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양국간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합의문 내지 성명 형태의 구체적인 ‘한미동맹 미래비전’으로 담아낼 것으로 알려졌다. ▽4강 외교 틀을 갖추기 위한 방러 회담 탐색전=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9일 첫 정상회담은 올가을 러시아에서 열릴 공식회담의 ‘탐색전’ 성격을 띠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으로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되는 북핵 6자회담 직전 한반도 주변 4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한 차례씩 가진 셈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현재 한-러 관계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맹자 관계’인데 이를 ‘전면적 협력관계’로 좀 더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 순간부터 협력을 시작하자”고 화답했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그동안 러시아가 대북 중유 제공 등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대처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평가한 것이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협력에 공감한 대목은 향후 북핵문제에 관한 양국 공조체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도야코=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