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교 “아, 옛날이여…”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고령화로 신자 격감… 사찰은 빗물 새고 스님은 대도시로 독경 아르바이트

‘장례식 불교.’

일본에서는 불교에 대한 신앙심이 없더라도 불교식으로 장례를 하고 사찰 안에 안치를 하는 풍습이 강해 생겨난 풍자어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일본의 불교신자는 약 9100만 명, 사찰은 8만6000여 곳에 이른다.

이처럼 막강한 세력을 자랑해온 일본 불교가 위기를 맞았다고 아사히신문과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일 “불교계에서는 장례식 불교라는 부정적인 용어조차도 더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일본 불교가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번성해 온 가장 큰 원인은 ‘단가(절에 시주하는 집)제도’ 때문이다. 단가제도란 에도(江戶)막부가 기독교 등을 탄압하기 위해 모든 가정이 특정한 사찰에 소속되도록 한 제도.

‘델타iD종합연구소’ 등에 따르면 단가가 사찰 운영이나 시설 보수를 위해 연간 시주를 하는 금액만 따져도 1조 엔이 넘는다(2006년 기준).

일본 불교가 위기를 맞은 이유는 이처럼 사찰을 경제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단가가 급속히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령화와 핵가족화, 이농현상의 영향으로 지방에서는 단가의 절대수가 감소하고 있다. 과거 일본 불교는 교육 의료 장례 카운슬링 등의 서비스까지 일부 제공했으나 지금은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찰에 대한 단가의 의존도와 시주가 줄어들고 있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농촌 지역에서는 천장에서 빗물이 새도 수리를 하지 못하는 청공사(靑空寺·천장에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인다는 뜻)가 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지방에 있는 자신의 사찰을 방치해 두고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 나가 ‘독경(讀經)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지스님도 있다고 전했다.

주지 자리를 제자가 아닌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부 종파의 전통도 불교 신도가 줄어드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적된다.

다이아몬드는 “주지가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세습제 때문에 자기의 절을 가질 수 없는 승려가 많다”면서 사찰 세계가 폐쇄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불교계는 개혁을 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 들고 결국 신도 수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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