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외국인 혐오 폭동사태 확산…24명 사망

  • 입력 2008년 5월 21일 11시 05분


외국인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폭력이 확산되면서 남아공 사회가 전율하고 있다. 지난 11일 밤 알렉산드라에서 시작된 외국인 혐오 난동사건은 20일에도 계속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지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라이거 파크 등 이주민 밀집 지역에선 무차별 구타와 성폭행, 방화와 약탈이 계속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현재 외국인 24명이 사망했으며 마치 인종 격리 정책을 펴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전했다.

20일 남아공 일간지 더 타임스는 불길에 휩싸인 한 남성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기자 할덴 크로그가 촬영했다. 그는 라이거 파크에서 외국인 집단폭행 사태를 취재하던 중 한 여자로부터 “사람들을 불태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는 무릎을 꿇은 채 불길에 휩싸인 한 남자가 있었다. 폭도들이 남자의 몸을 매트리스로 감싼 채 불을 지른 것.

경찰이 매트리스를 벗겨내고 소화기로 불을 끄기까지는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남자는 목숨이 붙어있었지만 겨우 신음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옆에 놓여 있는 피 묻은 콘크리트 기둥은 이 남자가 불 태워지기 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하나 둘 현장으로 모여든 주민들은 웃고 있었다. 동료 사진기자가 어떻게 인간에게 이런 야만스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며 소리쳤지만 그들은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사진속 남성은 그날 밤 숨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남아공 빈민들 사이에는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 출신 외국인 이주자들이 주로 강도짓을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그래서 칼과 골프채 총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그들을 주 공격 목표로 삼았다.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국에서 온 불법 이주자를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중 최소 300만명이 짐바브웨 출신이다.

동족이나 다름 없는 주변국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지인의 비이성적 집단행동은 남아공 내부의 사회병리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의 산물인 흑-백 간 빈부 격차가 엄존하고 있는데다 1994년흑백이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로 거듭 난 뒤에도 흑인 내부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게 남아공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나라 경제가 파탄에 이른 짐바브웨를 비롯해 모잠비크, 말라위 등 주변국에서 이주자들이 몰려들면서 범죄가 늘고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 현지인들이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분노를 표출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서 남아공 내부에서는 개탄의 목소리와 함께 2010년 월드컵 개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현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도 이에 대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과거 주변국들이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을 도왔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 사람들은 우리의 형제자매다. 제발 (폭력행위를)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동아닷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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