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세 남자의 ‘통쾌한 복수’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상표권 매입 벤처창업

전직회사서 자재 받는 협력관계로 서로 ‘윈윈’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3명의 남자.

일본 대형 주택건설업체인 세키스이(積水)화학공업에 다니던 이들은 회사 측이 건네는 전별금을 거절하고 65만 엔(약 660만 원)을 얹어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와 상표권을 사서 나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종업원이 8명인 벤처기업 ‘넥스트’를 세웠다.

아사히신문이 13일 ‘관리직 트리오의 리벤지(복수)’라며 소개한 주인공들은 세키스이화학공업의 부장 출신인 모리사키 겐지(森崎健志·54) 사장과 아다치 요시카즈(安達好和·55) 이사, 그리고 과장 출신의 고이케 도시오(小池叔夫·43) 씨다.

전 직장의 ‘맨션 리폼 개발’ 분야에서 일하던 이들이 퇴직 때 사서 나온 특허는 맨션을 개보수할 때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건축 자재로 내부를 조립하는 기술에 관련된 것. 이들은 2010년 상용화를 목표로 이 특허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나 회사가 갑자기 맨션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500여 명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모리사키는 부하직원들의 목을 쳐야 하는 처지가 되자 자신도 사표를 냈다.

퇴직금 등을 모아 회사 운영자금 5500만 엔을 만들고 경상비를 줄이기 위해 월급은 20만 엔씩으로 정했다. 신문은 이들을 ‘리벤지’의 주인공이라 표현했지만 전 직장에서 자재를 공급받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니 서로 윈윈 하는 셈이다.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주문이 들어온다. 이들은 “회사는 문화다. 50세 넘어서 다른 문화에서 살아야 하는 건 괴로운 일”이라며 “월급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옛 동료들과 해오던 일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기업에 납품할 정도의 업체로 성장하는 게 이들의 꿈. 그리되면 구조조정으로 흩어진 다른 동료들을 불러 모을 계획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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