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유세중 차기대통령을 ‘그’라 호칭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웨스트버지니아 경선 낙승 예상속 분위기 침체

오바마 “힐러리 자극말자” 매케인 집중공격 나서

11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는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미국에서 이날은 어머니날이었다. 그 자신도 ‘어머니’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날 13일(현지 시간) 경선이 예정된 웨스트버지니아 곳곳을 16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대선 주자로서 그의 앞길에도 강풍과 폭우가 이는 듯했다. 버락 오바마 후보는 이날 하루 휴식을 취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만 놓고 보면 힐러리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힐러리 진영의 우울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3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힐러리 후보가 12일 웨스트버지니아 연설 도중 차기 대통령을 ‘그(he)’라고 (남성형으로) 호칭했다”며 이는 힐러리 후보의 사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힐러리 후보가 최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점도 당선의 ‘신념’을 잃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편 오바마 후보는 12일 찰스턴에서 연설하며 주로 존 매케인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나는 참전용사들의 복지 혜택을 크게 늘리는 데 찬성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이에 반대한다”며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그는 20일 자신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오리건 주 경선에서 승리해도 성급하게 대선 후보 확정을 선언함으로써 힐러리 후보 진영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일반대의원과 슈퍼대의원을 합쳐 39명을 선출하는 ‘작은’ 주로 힐러리 후보가 20∼30%포인트 앞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최근 슈퍼대의원들의 오바마 지지세가 뚜렷하며 힐러리 후보가 200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등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을 들어 힐러리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밥 바 前의원 대권 도전 선언

“매케인 표 잠식” 공화당 비상

한편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밥 바(사진) 전 하원의원이 미국 자유당(Libertarian Party) 후보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12일 선언해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바 전 의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발생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인물. 그가 대선에 나서면 보수층의 표를 잠식해 공화당 대선후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 전 의원은 2년 전 공화당을 탈당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재럿, 어떡하죠?”

오바마 후보의 오른팔 밸러리 재럿

매일 통화… 중요 결정땐 꼭 자문

“재럿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습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그가 서슴없이 ‘가장 막역한 친구이자 자문역’이라고 소개하는 밸러리 재럿(51·사진) 씨는 어떤 인물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오바마 후보가 집권하면 정부의 고위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 중 오바마 후보가 솔직한 직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재럿 씨”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오바마 후보가 “나와 아내 미셸에게 재럿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누이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재럿 씨는 오바마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서지 않을 때도 하루 두세 차례 그와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바마 후보가 대선 주자로 나설 것인지부터 4월 22일 펜실베이니아 예비경선 이후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기사회생하는 등 급변하는 선거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조언을 해 온 핵심 멤버로 알려졌다.

재럿 씨는 시카고의 성공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시카고대 생물학과에서 흑인으로는 최초로 정년 보장 교수가 된 병리학자이고 어머니도 아동 심리학자다. 시카고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과 2016년 시카고 하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