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재계회의 ‘中 신노동계약법’ 신경전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제4차 한중재계회의가 2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해양석유총공사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기업인 12명이, 중국 측에서 왕중위 중국기업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재계 인사 15명이 참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제4차 한중재계회의가 29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해양석유총공사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기업인 12명이, 중국 측에서 왕중위 중국기업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재계 인사 15명이 참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韓 “인건비 급등 기업고통 가중”

中 “값싼 노동력 의존시대 끝나”

투자확대 등 역내협력 강화 공감

한국 ‘동아시아경제공동체’ 제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국기업연합회는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에서 ‘제4차 한중(韓中)재계회의’를 열고 중국의 대한(對韓) 투자 확대를 비롯한 한중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서 두 나라 재계 인사들은 한국과 중국의 공존공영을 위한 적극적인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올해 시행된 신(新)노동계약법 등 최근 중국의 기업 환경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원유와 원자재를 해외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외(域外)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역내 경제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와 관련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동아시아경제공동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중국 재계에 제안했다.

왕중위(王忠禹) 중국기업연합회 회장 등 중국 재계 인사들은 “한국의 앞선 개발능력과 노하우, 중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하면 양국이 ‘윈윈’하는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기업이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과 재계약을 할 때는 종신계약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중국의 신노동계약법을 둘러싸고 양국 경제인들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신노동계약법 시행으로 노동 생산성 저하, 노무 리스크 증가,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한국의 예에서 살펴볼 때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푸청위(傅成玉) 중국해양석유총공사 사장은 “시설에만 돈을 쏟고 인력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인력에 투자해야 창조력이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반박했다.

쑤스펑(蘇士峰) 중국석유천연가스배관국 사장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발전은 중국 역사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번 회의 취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국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의 신노동계약법이 시행되면 인건비가 30∼40% 올라간다”며 “대기업은 별문제가 없지만 중소 협력업체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 홍콩 기업의 야반도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조선소 설립을 위해 3년 전에 확보한 경남 진해시 용지는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지금까지 손도 못 대고 있지만 중국 다롄(大連)에서 지난해 3월 말 착공한 조선소는 1년 만인 올해 4월 초 가동되고 있다”며 중국의 기업 환경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국내 기업 환경과 관련해 “지금은 지도자의 (개선) 의지만 있는 상황으로 시스템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가 현재 기조대로 계속 나가면 해외에 나갔던 한국 기업들도 ‘U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조석래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강덕수 회장, 이윤우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이원태(금호고속 사장) 한중우호협회 부회장,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김창근 부회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중위 회장, 천란퉁(陳蘭通) 중기련 부회장, 왕지밍(王基銘) 중기련 부회장 겸 시노펙 고문, 푸청위 사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한국 대표단은 회의를 마친 뒤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해 △중국 원전시장에의 한국 기업 참여 확대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 △기업소득세 단일화 등 외국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에 대한 보완 대책 등을 건의했다.

베이징=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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