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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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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미사 무료입장권 200달러까지 암거래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6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회담했다.
베네딕토 16세와 부시 대통령은 45분간의 단독회담 직후 성명서를 통해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종교나 테러를 이용하는 것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테러리즘에 맞서는 데 있어 인간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적절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혹한 테러용의자 심문기법에 대해 베네딕토 16세가 부시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 대목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 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라크전쟁과 사형제도, 미국의 쿠바에 대한 수출금지조치에 대해선 견해가 조금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황은 “미국은 절박한 인도주의적 요구에 부응해 자연재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관대함을 보여 왔다”며 “더 큰 인간애를 위한 그런 관심이 갈등을 해결하고 진전을 촉진하는, 인내심 있는 국제적 외교 노력으로 표현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다소 뼈 있는 말을 했다.
이날 백악관 남쪽 뜰에서는 1만3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교황은 백악관 방문을 마친 뒤 워싱턴 중심가에서 퍼레이드를 펼쳤고, 저녁에는 대성당에서 미국 주교들과 기도회를 열었다.
교황은 기도회 후 일부 성직자가 저지른 아동 성추행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말하고, 참석한 주교들을 향해 “(미국 가톨릭교회가) 이 문제를 매우 잘못 다뤄왔다”고 질타했다.
교황은 17일 오전 워싱턴 내셔널파크 야구장에서 4만60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20일에도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미 가톨릭교회는 대규모 미사를 앞두고 모두 10만3000여 장의 무료입장권을 지역 교회구와 주교구 등을 중심으로 배포했다. 하지만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많아 뉴욕과 워싱턴에서는 입장권 암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판 벼룩시장인 크레이그스리스트 게시판에는 “제 어머니가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가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데 200달러에 파실 분 없나요” “양키스구장 미사 입장권 2장 있어요. 한 장에 150달러 받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 있다.
어떤 뉴요커는 ‘1000달러에 교황 미사 티켓’이라는 제목에 “가족 전체가 미사에 참석하고 싶다. 가격은 얼마라도 좋다”며 연락을 부탁하는 메모를 남겨 놓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