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힘’…전세계 저성장 속 지난해 성장률 6.2%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원자재값 급등 덕분… 외국인 투자도 급증세

최근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의 은행 앞에는 택시운전사나 노점상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배급을 기다리는 줄이 아니다. 이동통신업체인 ‘사파리컴’ 기업공개를 앞두고 주식청약을 하기 위해 은행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선 것. 1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아프리카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난과 질병, 경제 정체의 대명사였던 아프리카 대륙이 달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6.2%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특히 낙후 지역으로 분류되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 사상 최고치인 6.8%나 성장했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여파로 올해 전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아프리카만은 고성장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IMF는 올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 성장률을 6.3%로 예상하며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6.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됐던 앙골라는 요즘 고(高)성장 국가로 분류된다. 지난해 무려 21.1%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16.0% 성장이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도 옛일이 됐다. 극심한 정국 불안을 겪는 짐바브웨를 제외하면 대체로 물가가 안정세다.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7.3%였다.

요즘 이처럼 아프리카 경제가 고성장 궤도에 오른 이유는 원자재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와 수단 등은 이미 중요한 원유 수출국가로 자리 잡았다.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휘발유 값이 폭등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앙골라가 2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것도 정치적으로 안정되면서 원유와 다이아몬드 생산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를 앞두고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경제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우선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제조업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원자재 수출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정치 불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점은 특히 언제든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다르푸르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수단, 내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콩고민주공화국, 극심한 유혈사태를 빚었던 케냐 등의 정치적 혼란은 언제든지 주변 국가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MF는 분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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